Cerenity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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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성 당뇨병 위험이 있으니 철분제를 하루 두 번 섭취하라는 산부인과 권고가 있었습니다.
마침 중구 보건소에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임산부에게 철분제를 준다는 말을 듣고,
중구 맨 구석에 박혀 있는 머~나먼 중구 보건소까지 7세 아이를 태운 채 자전거를 타고 땡볕에 2시간을 달렸습니다.
철길 위 고가도로를 걸어서 올라가고
그 밖에도 오르막 경사가 있는 경우 어김없이 걸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했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매우 힘들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저 멀~리 떨어진 중구 보건소에 도착.
그런데, 하필이면 임산부실 직원들이 문을 잠그고 점심을 먹으려 가려는 참이었습니다.
저는 다급하게
"임산부인데요. 철분제만 주시면 됩니다!"
라고 말했지만
당시 임산부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서던 여자 직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금 점심시간이니 1시간 기다린 후에 오세요!"
라고 냉정하게 한 마디 뱉은 뒤 가 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여기까지 오는 데 2시간 걸렸고, 땡볕에서 자전거를 달렸으므로 너무 힘들어 1시간 기다리는 건 무리이며, 그냥 단순하게 철분제만 꺼내주고 가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저 멀~리 앞장 서 걸어가는 임산부실 직원들.
아예 존재 자체가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나빴습니다.
물론 12시부터 점심시간이고
막 그 무렵에 도착한 제 과실이 있기는 하지만,
임신성당뇨병 증상이 있어 사소한 운동으로도 힘들어 하는 제가 녹초가 되어 죽기 직전 도착했는데,
약 2분도 채 걸리지 않을 텐데.
약 꺼내주고 밥 먹으러 가면 될 것을.
아이를 뒤꽁무니에 매달고
힘들어 하는 임산부를
1시간 기다리라고 외면할 정도로
임산부실 직원들은 밥이 더 중한가 봅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임산부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자신의 업무인데다,
자기 자신들도 모두 여성으로,
임신과 출산을 한 번쯤은 겪어봤을텐데 말입니다.
하긴. 먹고 살기 위한 목적으로
보건소 공무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맨 뒤에 따라가던 젊은 여자직원분이
"저희 점심 먹는데는 밖에 있어서 나가서 밥을 먹어야 해요."
라고
제 말을 쌩~하니 무시하고 간 더 나이 든 여자 직원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미 제 마음은 중구 보건소 임산부실 직원들에게서 돌아선지 오래였습니다.
"제가 2시간 걸려 힘들게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왔는데, 또 1시간 기다리라니. 도저히 못 하겠어요. 그냥 약국에서 철분제를 사 먹을게요."
하고는 뒤로 돌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같은 여성이고
심지어 임산부실 직원임에도
해당 지역구에 사는
땡볕에 2시간 자전거를 타고 온
거기다 아이까지 달고 온
고통스러운 임산부를
돌아보기는커녕
깡그리 무시하고 1시간 기다리라고 한 뒤 밥 먹으러 쌩 하니 가 버리는 중구 보건소 임산부실 여성공무원 클래스.
물론 법적으로는 점심시간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직종이 공무원이므로 그 직원들이 딱히 법을 어기거나 직무상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고위험산모로서 추후 보건소에서 관리를 받아야 할 위험성 (당시 보건소 카탈로그에 적혀 있더군요.)을 지닌 임산부를,
설령 그 임산부가 고위험산모가 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달고 체감온도 32도가 넘는 땡볕에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이를 눈으로 직접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먹을 밥을 위해 단 1분도 희생하지 못하고 쌩~하니 돌아서는 중구 보건소 임산부실 공무원들.
진심으로 섭섭했습니다.
(순간 이사갈까 하는 생각도)
앞으로 중구 보건소를 신뢰하여 임신-출산 관련 각종 예방주사나 혜택을 받는 것을 삼가하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비교 대상은 아니겠지만,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으러
3시간 반 걸려 산부인과에 갔는데,
오는 데 투자한 제 시간과 고생을 생각하여
12시가 넘었는데도 저를 위해 점심 먹으러 가는 것을 지체할 정도로 저를 배려해 주었던 우리기쁜 산부인과 간호사들이 생각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오로지 자기 식욕을 채우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실시하는 보건 행정이 임신, 출산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중구 구민에게 제대로 도움이 될지,
순간 의심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점심시간이 되어 밥 먹으러 가면서
늦게 온 임산부에게 1시간 기다리라고 한 임산부실 직원들에게 법적인 잘못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1. (아마도 임신출산 경험이 있을) 같은 여자로서
2. 임산부 건강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보건소 임산부실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3. 아이를 데리고 2시간 불볕 더위에 자전거 타고 온 임산부를 두 눈으로 뻔히 보면서
4. 철분제 1개만 지급하면 되는 지극히 사소하고간단한 업무인데도
눈앞에서 쌩~ 하니 무시하고 1시간 기다리라는 말만 남긴 채 밥, 밥, 밥을 향해 가 버리는 그 마음씀씀이가 제 세금을 아깝게 합니다.
여기까지
불볕 더위에 시달리며
왕복 4시간을 자전거타고
왔다갔다한
중구 임산부가 적었습니다.
중구에 사시는 다른 임산부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